
서울 한복판 세종로에 주요한 선생(1900~1979)님의 시비(詩碑)가 서있습니다. 저는 지금 선생님 바로 곁에 서있습니다. 선생님의 모습은 눈으로는 볼 수가 없으나 저의 심정(心情)으로는 분명히 보입니다. '심정이 직관(直觀)과 사랑의 모습이 되면, 지성(知性)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가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선생님은 시인(詩人)이셨습니다. 시인은 과학자보다도 더 깊이 진실을 파악한다지요. 직관은 감각기관을 거치지 않고 진실을 포착할 것이니까요. 위대한 인물은 모두 직관력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들은 분석이나 논리(論理)를 떠나서 자기가 쫓는 것, 필요한 것을 바로 알아차릴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시대에서도 다 그랬을테지만 인간은 자기를 사랑해주며, 도와주며, 지켜주는 선배, 어른들을 찾습니다. 숭배(崇拜)하고 싶은 성향은 사랑하고 싶은 성향만큼 극히 자연스러운 심정이 아닌가 합니다.
퇴폐적인 시대의 특징을 평범하고 용렬한 지도자밖에 없다고 하지요.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젊은이들이 본받을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돌아가신 분, 심지어 이제 곧 태어나는 신세대까지도 다 포함하여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위인(偉人)들도 우리들의 의식 속에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자유롭게 그런 분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그들이 남긴 말씀에 귀를 기울일 수가 있습니다. 학자나 영웅이나 성인의 생애는 끊임없는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무릇 인간의 정신에는 본래 숭고한 목표를 향해 동경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만이 우리의 내면에 필요한 마음의 양식을 전해주지요. 인생의 중요한 기쁨이나 힘은 존경 속에서 나옵니다. 스승에 대한, 부모형제에 대한 존경 속에 이런 기쁨과 힘의 에너지가 솟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특질은 무엇인가.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도 오히려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을 수 있고 목소리가 들리는, 체취(體臭)에서 더많이 배웁니다. 상대의 인격에 직접 동화(同化)될 수 있는 기회이기 떄문입니다.
2015년은 자기 내면을 보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그리기 위해서는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일지라도 자주 찾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는지.
- 글 : 김재순 단우(샘터사 고문)
- 사진 : 11월 19일 열린 주요한 선생 시비 이전 제막식 모습입니다.
- 본 글은 2015년 1월호 월간 <샘터>의 뒤표지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