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10월 29일)부터 올봄(3월 11일)에 이르기까지 5개월 동안 우리는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외쳤다.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 과정은 지난하고 어려웠으며 결코 쉽지 않았다. 무능하고 뻔뻔한 박근혜는 세 차례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하다가 1월 1일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무죄를 주장하고 버티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박근혜의 하수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음모론과 기획 설을 주장하며 촛불을 폄훼하고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촛불시민들은 찬바람과 눈, 비를 맞으면서도 촛불을 밝혔고 국정 농단 세력의 방해와 왜곡. 날조에도 주저앉거나 속지 않았으며 마침내 무능하고 공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고 무너진 나라를 바로잡기 시작했다.
촛불은 우리에게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하나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광장의 민주주의를 생활 속 민주주의로 정착시키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로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가 내년 개헌에서 헌법에 명시되어야 한다. 광장에서 우리가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는 것은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 권력의 힘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광장은 열려 있고 함께하는 동료가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지만 일상은 닫혀 있고 개인은 고립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함께 하는 동료가 없어 자본권력, 공권력, 언론권력의 횡포에 맞설 수 없다. 일상생활에 광장을 마련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할 동료를 찾고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개인의 분노는 우리의 희망이 되고 권력은 권력자의 것이 아니라 주권자의 것이 된다. 생활 속에서 개인이 아닌 우리가 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서울시는 2014년 1월 서울시민의 민주주의 가치를 계승․발전시킴으로써 민주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권리와 책임의식의 함양에 이바지하고자 ‘서울특별시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서 2015년부터 서울시민을 위한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년여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4월에 ‘생활속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를 개설하고 흥사단에 그 업무를 위탁했다. 센터의 주요 사업은 아래와 같다.
○ 민주주의 학습 실태 조사 및 연구
○ 민주주의 학습 콘텐츠 개발 및 개발 지원
○ 민주주의 학습 프로그램 지원
○ 사회 참여 동아리 지원
○ 단체, 지역사회 민주주의 학습 활동가 역량 강화
○ 민주주의 학습 홍보 및 저변 확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프리드리히 에버트의 말처럼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를 필요로 한다’ 민주주의자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자가 필요하나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자가 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자, 즉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며 센터는 서울시민의 민주주의 학습을 지원하여 서울시민이 민주주의자가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연대와 우리가 있는 광장만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서울 시민이 ‘개인’이 아닌 ‘우리’가 되도록 센터는 고민하고 함께 할 것이다. 생활 속 민주주의 실현은 이 시대가 요청하는 시대적 과제이며 이 무거운 짐을 센터는 소명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 글 : 홍승구 | 서울시생활속민주주의학습지원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