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에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조직개편안에서 대통령 소속 국가청렴위원회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법제처의 행정심판위원회와 통합하여 국무총리 소속 국민권익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이렇게 아무런 사회적 논의 없이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인수위원회의 개편안은 시민사회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도입된 반부패기구를 사실상 공중분해시키는 것으로 많은 반발을 야기하였다.
여기에 우리 투명사회운동본부는 경실련,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기업책임시민센터, 한국투명성기구와 함께 반부패시민단체 연대를 하여 조직적으로 반대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가운데 특히 국가청렴위원회의 폐지와 반부패 정책의 후퇴를 반대하고, 새 정부가 반부패 투명성 정책을 강화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또한 29일에는 국외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박인환 교수(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전 상임대표)의 발제로 ‘새 정부, 반부패정책의 후퇴가 우려된다’의 토론회를 가졌다.
이러하듯 개편안 반발하는 주요 논리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수위원회는 기존의 국민의 권리구제 및 권익보호를 위한 기능이 여러 기관으로 나뉘어져 있어 국민의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행정쟁송에 의한 권리구제 창구를 ‘국민권익위원회’로 일원화하자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청렴위원회는 유엔반부패협약과 OECD 뇌물방지협약과 연계되고 소극적인 ‘부패방지’가 아니라 사회전반의 ‘청렴도’ 향상을 목적으로 부패방지시책수립과 민간 및 국제 반부패단체 협력하는 단체로 결코 인수위원회가 생각하듯 단순한 신고기관이거나 구제 창구역할만하는 곳이 아니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가 외치는 ‘경제 살리기’와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반하는 것이다.
한 컨설팅 회사가 싱가포르와 비교해 다른 나라의 부패 정도가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싱가포르를 0으로 했을 때 우리 나라는 35로 나타났다.
즉 우리 기업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면 100원에 만들 수 있는 상품을 우리나라에서 만들면 135원이 든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급속히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체제 하에서는 반부패 투명성의 확보가 한 국가의 신인도 및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환경 조성은 국제적 신인도를 제고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데도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독립적으로 국가의 투명성을 전담하는 기구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은 시대의 필요성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청렴위원회를 ‘간소화’의 논리를 적용하여 통폐합의 대상으로 삼을 만큼 한국이 부패에 자신 있지도 않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작년 가을에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5.1점으로 조사대상 180개국 중 43위, OECD 30개국 가운데 25위라는 부끄러운 순위를 차지하였다. 굳이 이러한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매일 뉴스보도에 나오는 삼성비자금, 국세청장의 뇌물수수, 대학 편입학 부정을 떠올리면 우리의 상황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별명은 ‘불도저’라고 한다.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자기진로에 방해되는 풀이나 돌들은 다 밀어버린다는 느낌이 들어 씁쓸하다. 어디까지나 추진력이란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인데 방향을 상실하고 마음대로 밀어버리는 것은 잘못된 공사일수밖에 없다.
- 글 : 투명사회운동본부 정기철 간사
- 사진 :
1월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연대 토론회(위)
1월 22일, 인수위원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