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약 6개월 간의 느릿한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 나의 교통수단은 인라인스케이트에서 자전거로 바뀌었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등으로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저감하고자 나는 생활 속에서 자가용보다는 인라인과 같은 무동력교통수단으로 주로 이용했다. 약 6년 이상 출퇴근수단으로 애용하던 인라인스케이트 대신 자전거를 타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이다.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은 생활에서 자전거를 탄 거리를 합산하여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녹색시민실천운동이다. 자전거에 속도계(거리측정계)를 장착하고, 매일 자전거를 탄 거리를 계산해 에너지소비를 얼마나 줄였는지, 온실가스(CO2) 배출을 얼마나 절감했는지를 확인하는 활동이다.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은 2005년 일본 동경에서 ‘자전거를 타며, 지구온난화를 극복합시다’라는 구호와 함께 ‘에코마일(ecomile)’이란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현재는 참가자 3천 여 명이 넘으며 2007년 1월 기준으로 참가한 회원들이 자전거로 달린 거리가 3,913,313km, CO2 저감량이 약 900톤에 이른다. 특히 일본은 온실가스 1차 의무감축대상국이기에 자전거 탄 거리를 수치화하여, 온실가스저감 효과를 실제 이루어내고 있어 참가자들 및 시민들의 많은 호응과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 5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이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후 참가 회원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 546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자전거로 주행한 거리가 289,268km, CO2 저감량이 약 60톤에 이른다.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은 개개인이 생활 속 자전거 타기를 수치화하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에서 수송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막연히 내가 기후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절감하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함께 실천하고 있는 이들과 정보와 기록을 공유함으로써 지속적인 실천을 답보할 수 있다. 나 혼자 외롭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감 혹은 동질감이 든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조금 게을러져 나의 기록이 추월당하면 은근히 경쟁심 같은 것도 생겨 더 열심히 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며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자전거 타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상이변으로 기후변화가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 해 노벨상위원회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와 앨 고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었다. 이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지난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되었던 제13차 당사국 총회(COP13)에서는 2012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포스트 교토 체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포스트 교토 체제는 우리에게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1990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이 2배 증가하고, 세계 1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작성 당시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감축의무를 지지 않았으나 포스트 교토체제에서 우리는 감축의무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2%가량이 수송부문이며,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 가장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인식전환과 실천없이 수송부문 에너지 절약은 결코 쉽지 않다. 지역 단위에서 시민들의 작은 실천들을 하나씩 모아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은 훌륭한 대안 중 하나다. 시민들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자전거 마일리지만큼 우리의 미래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